전라도 지역의 병굿

전라도 지역의 병굿
전라도 지역의 병굿

현대의학으로 치유하지 못한 병자의 병을 전통적인 병굿 방식으로 치유하고 있는 전라도 지역의 병굿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병굿의 의미와 목적

병굿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알아보고 병굿 절차 중 전반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병굿은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무교 의례입니다. 전통사회에서 인간의 정신적 질환은 나쁜 액운에 기인한 것으로 여겼고 이는 무당의 굿으로 치유가 가능하고 믿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사회에서는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병굿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병굿은 무당의 굿으로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치료학으로 치유하기에 병굿은 요즘 흔히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으로 치유하지 못한 병자의 병을 이장단, 박영태 세습무당은 전라도 굿의 병굿 방식으로 여전히 치유하고 있습니다.

병굿의 절차

우리가 알아볼 '병굿'은 2022년 2월 18일 전라남도 담양군 대추나무굿당에서 거행한 굿입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굿은 오후 3시경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약 6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병굿은 전라도 지역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강신무당 문보살이 마련한 것이며 오랫동안 굿 파트너로 관계를 맺은 세습무당 박영태, 이장단 부부팀을 초청해 굿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굿을 의뢰한 이는 32세 여성입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신병을 앓아 내림굿을 통해 신을 받아들였지만 신병이 말끔히 치료되지 않아 병굿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앞서 설명한 산씻김굿 사례와 같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굿을 할 수 있었지만 근래는 굿으로 인한 소음 발생의 이유로 집에서 굿을 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도시 인근의 산자락에 운영되고 있는 영업용 굿당을 빌려 굿을 하고 있습니다. 영업용 굿당은 굿에 사용할 제물과 제수용품 그리고 굿 연행자와 의뢰자들의 식사까지 준비해 줍니다. 본격적으로 병굿의 절차와 진행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병굿도 앞서 1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사의 독경으로 굿을 시작합니다. 병굿에 참여한 법사는 굿을 생성시킨 문보살의 남편입니다. 굿의 전반부는 법사의 독경으로 조왕굿과 성주굿이 연행됩니다. 법사가 왼손으로 두드리고 있는 '양판'이라는 타악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타악기가 아닙니다. 주로 법사들이 독경을 부르기 위해 쇳소리 음색이 강조되도록 개량한 악기입니다. 법사들이 양판을 연주하는 이유는 양판의 쇳소리가 주술적인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법사가 담당한 조왕굿에서는 굿청을 정화시키는 부정경과 부엌(주방)을 관장하는 가택신인 조왕신(화신)을 위해 조왕경이 구송됩니다.

안당

법사의 독경이 끝나면, 그 이후부터는 세습무당 이장단이 굿을 주재합니다. 무당의 노래와 춤을 반주하는 악사는 총 3명입니다. 세습무당이 연행하는 첫 번째 절차는 안당입니다. 안당에서는 집안의 성주신을 비롯한 여러 가택신을 청하여 병굿을 하게 된 연유를 고합니다. 그리고 천지탄생의 내력을 알리는 치국잡이를 부른 뒤 집안의 액과 부정을 막고 재수와 복덕을 비는 축원으로 마무리 합니다. 무당이 굿상 앞에 앉아 4/4박자 '안당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징연주를 하며 치국잡이노래 부르면 무녀 뒤에 앉아 무가 반주를 하는 악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왼쪽 사진의 중앙에서 현악기 아쟁을 연주하고 있는 악사가 무당의 남편 박영태입니다. 그의 오른쪽 옆에서 장구를 연주하는 이가 그의 아들 박상후입니다. 그는 주로 대금을 연주하지만 종종 장구를 맡아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재관 악사는 현재 공립연주단체 연주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장단, 박영태 부부의 굿판에 20년 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가 불고 있는 악기가 피리이며 그의 앞에 세워져 있는 악기가 관악기 태평소입니다.

선부리

안당 절차가 끝나면 무당은 굿상을 향해 일어서서 양손에 지전을 들고 선부리 절차를 거행합니다. 선부리는 조상신을 축원하는 굿입니다. 선부리의 '선'은 '먼저', '이른'이란 뜻이며, '부리'는 조상을 의미합니다. 선부리 절차를 통해 조상신을 굿청에 불러들여 병굿을 하게 된 내력을 알린 뒤, 조상신을 축원합니다. 무당이 선부리에서 부르는 노래는 조상신을 청배할 때 부르는 조상맞이와 선부리를 마무리할 때 부르는 에라만수 2곡입니다. 조상맞이는 신을 청할 때 부르는 노래로 속도를 늦춰 6박자에 맞춰 부르고 에라만수는 조금 빠른 속도로 춤을 병행하며 노래합니다. 무당은 안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절차에서 지전을 들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의식을 거행합니다. 무녀가 손에 들고 있는 지전은 긴 한지를 접어서 돈모양으로 만든 무구이며 무당이 의례를 행할 때 사용합니다.

성주굿과 지앙굿

선부리가 끝난 뒤에는 성주굿, 지앙굿을 이어서 연행합니다. 성주굿은 집안의 최고신인 성주신을 청배해 굿을 하게 내력을 알리고 가족의 길흉화복을 비는 절차입니다. 성주굿이 끝나자마자 쉬지 않고 곧바로 지앙굿으로 넘어갑니다. 지앙굿은 굿을 의뢰한 제가집 자손들의 건강과 행운을 빌기 위한 절차입니다. 지금까지 전라도 세습무당이 연행하는 병굿의 전반부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신병을 앓아 내림굿을 통해 신을 받아들였지만 신병이 말끔히 치료되지 않아 병굿을 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고 독경을 구송하는 법사보다 세습무당이 굿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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