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치기의 의미와 목적

병굿 절차 - 화전치기의 의미와 목적
병굿 절차 - 화전치기의 의미와 목적

병굿 중 두 번째 핵심적인 절차인 화전치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화전치기는 병자의 병을 불로써 퇴치하기 위해 거행되는 절차이며 주당맥이에 연이어 연행합니다.

화전치기의 준비

화전치기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앉을 만한 정도의 항아리, 항아리 위에 올려놓을 종이 박스, 병자를 씌우는 용도로 사용하는 홑이불, 불방망이, 밀가루, 물동이, 쇠방망이 등이 필요합니다. 화전치기의 준비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굿당 마당의 평평한 굿에 항아리를 엎어 놓고 그 위에 종이 박스를 올려놓습니다. 병자를 데려와 항아리에 앉히고 무명천으로 일곱 매듭 묶어 만든 곶베를 환자의 어깨 위에 걸친 후 환자 머리 위에 홑이불을 씌웁니다. 홑이불에는 이미 물이 충분히 적셔져 있습니다. 화전치기를 할 때 불을 사용하므로 위협성이 높습니다. 화상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홑이불에 물을 적셔놓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박영태 악사가 불방망이에 불을 붙여 무당에게 전달하며 화전치기의 준비가 끝이 납니다. 그럼, 화전치기의 연행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화전치기의 연행

무당이 악사를 향해 신호를 보내면 장구 연주자와 법사는 각각 장구와 꽹과리로 4박자 로 된 당악장단을 힘차고 강하게 연주합니다. 피리연주자는 피리 대신 음량이 큰 태평소로 교체해 음량을 키워 연주합니다. 이와 같이 화전치기의 악기 편성이 기악합주편성 대신 타악기와 관악기 만으로 연주하는 편성으로 바뀌는 이유는 주술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무당은 취타반주에 맞추어 불망이를 들고 병자의 머리 위로 빙빙 돌리며 춤을 춥니다. 이어 불방망이에 밀가루를 뿌리며 불침을 놓습니다. 불침을 놓는 이유는 화력이 센 불의 기운으로 병자의 병을 퇴치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불방망이의 불빛이 강하게 보이기 위해 쌀겨를 검게 볶아 불침을 놓을 때 사용했으나, 근래는 구하기 쉬운 밀가루를 사용합니다. 불방망이에 밀가루가 뿌려지면서 뿌연 안개 분위기가 조성되고, 타악기 반주는 점점 빠르게 고조되는 가운데 불춤의 춤사위가 점점 격렬해지며 화전치기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합니다.

화전치기의 마무리

불침놓기가 어느 정도 종료되면 무당은 물동이를 들어 홑이불 위에 물을 뿌립니다. 물을 뿌리는 이유는 무당이 불침을 놓을 때의 발생되는 화기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무당의 남편 박영태 악사는 막대가 긴 쇠망치로 병자가 앉아 있던 항아리를 깨부숩니다. 항아리를 깨뜨리면 병자는 놀라게 되고 그 틈을 타 병자의 몸에 남아 병과 나쁜 기운, 액과 살 등을 몸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홑이불을 걷어내 병자를 일으켜 세우고, 병자가 입고 있는 옷을 벗겨 곶베와 함께 불로 태우며 화전치기를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 병자의 병을 불로 퇴치하는 병굿의 핵심 절차인 화전치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병자의 머리 위로 불방망이를 빙빙 돌리며 병의 기운을 없애고, 항아리를 깨부수며 남아 있는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방식으로 치유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당맥이의 의미와 목적

주당맥이의 의미와 목적
주당맥이의 의미와 목적

병굿 중 핵심적인 절차인 주당맥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당맥이는 병자의 병을 퇴치하기 위해 거행하는 첫 번째 절차입니다. 병자의 병을 가상여에 실어 병자 대신 죽음으로 치유하는 방식입니다.

주당맥이의 준비와 연행

주당맥이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병자를 눕힐 수 있는 사다리, 사다리 위에 놓을 홑이불, 병자의 몸을 덮을 무명천, 병자의 몸을 묶을 일곱 개의 띠 등이 필요합니다. 굿당 바닥에 황색띠 일곱 개를 놓고 그 위에 사다리를 얹습니다. 사다리 위에 홑이불을 깔고 그 위에 무명천을 길게 올려놓은 뒤 병자를 길게 눕힙니다. 그런 다음 누운 병자의 몸을 무명천으로 덮은 뒤, 황색띠로 일곱 매듭을 묶고 있습니다. 보살들은 무당을 돕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치는 망자의 주검을 상징하는 가상여가 되는 것입니다. 주당맥이의 준비가 끝나면, 법사와 보살, 그리고 악사들은 가상여를 들고 방을 한 바퀴 돌고 와서 내려놓습니다. 이때 무당은 민간의 장례에서 부르는 상여소리를 부릅니다. 보살 중 한 명은 가족을 대신해 곡을 하며 뒤 따릅니다. 주당맥이에서 병자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병자의 병을 가상여에 실어 병자 대신 죽음으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죽음의 단계는 환자의 병을 소멸시키는 것이고 부활을 통해 병이 치유되는 것입니다. 주당맥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는 상여소리와 자진염불입니다. 상여소리는 병자의 관을 들고 행렬할 때 부르고요 저승으로 가는 길을 염불을 축원할 때는 염불계통의 자진염불을 노래합니다.

상여소리

상여소리는 중간빠르기 속도의 12박자 중모리장단으로 노래합니다. 상여소리는 메기고 받는 가창방식을 사용합니다. 무당이 먼저 후렴구를 부른 뒤, 첫 번째 메기는소리(선소리)를 부르면 상두꾼 역할을 맡은 악사들이 후렴구를 제창합니다. 상두꾼은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를 때 상여를 메는 사람입니다. 병자의 가상여를 든 법사, 악사, 그리고 보살 등이 상두꾼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상여소리 노랫말을 살펴보겠습니다. 받는소리입니다. 어어 넘자 어허허 넘자, 어이가 넘자 너화로 무당이 부르는 첫 번째 메기는소리입니다. 이제 가시거든 어느 때나 오실라요 오실 날이나 일러 주오 메기는 소리가 끝나면 받는 소리를 반복합니다. 받는 소리는 후렴구에 해당됩니다. 받는 소리는 주로 상두꾼들이 노래합니다. 받는 소리가 끝나면 두 번째 메기는소리를 무당이 부릅니다. 두 번째 메기는소리 노랫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망산천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앞산이 북망일세 무당의 두 번째 메기는소리가 끝나면 상두꾼들은 받는 소리를 제창합니다. 이와 같이 메기고 받는 소리를 몇 번 더 반복하며 상여소리를 마칩니다. 무당은 상여소리가 끝나면, 염불을 이어서 부릅니다. 염불은 느리게 부르는 긴염불 중간 속도로 부르는 중염불 빠르게 부르는 자진염불의 세 종류가 있습니다. 주당맥이에서는 속도가 가장 빠른 자진염불만을 부릅니다.

자진염불

자진염불은 4박자 덩덕궁이 장단으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도 상여소리와 같이 메기고받는 가창방식입니다. 무당이 염불의 메기는소리를 부르면 상두꾼들은 받는소리를 동일한 선율에 얹어 노래합니다. 염불이 끝날 때쯤, 무당의 남편 박영태악사는 무당에게 오방신장기와 삼지창, 월도를 가져다줍니다. 오방신상기는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깃발입니다. 북쪽은 흑색, 동쪽은 청색, 중앙은 황색, 서쪽은 백색, 남쪽은 붉은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깃발은 무속에서 점복의 기능을 하거나 잡귀를 몰아내는데 쓰입니다.

오방신장기와 삼지창, 월도

무당은 자진염불을 부르며 누워있는 병자의 몸 위로 오방신장기를 펼쳐놓습니다. 깃발 중 행운의 의미가 담겨있는 붉은기와 흰색기를 중앙에 둡니다. 얼마 후 신장기를 모두 들고 병자의 몸을 쓸어내리며 더 이상 병의 기운이 접근하지 않도록 좋은 운세가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삼지창과 월도를 방 밖으로 던져 의식이 잘 행해졌는지 확인하며 주당맥이를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 병자의 병을 퇴치하는 병굿의 핵심 절차인 주당맥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병자의 병을 가상여에 실어 병자 대신 죽음에 이르게 한 뒤 병을 치유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라도 지역의 병굿

전라도 지역의 병굿
전라도 지역의 병굿

현대의학으로 치유하지 못한 병자의 병을 전통적인 병굿 방식으로 치유하고 있는 전라도 지역의 병굿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병굿의 의미와 목적

병굿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알아보고 병굿 절차 중 전반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병굿은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무교 의례입니다. 전통사회에서 인간의 정신적 질환은 나쁜 액운에 기인한 것으로 여겼고 이는 무당의 굿으로 치유가 가능하고 믿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사회에서는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병굿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병굿은 무당의 굿으로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치료학으로 치유하기에 병굿은 요즘 흔히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으로 치유하지 못한 병자의 병을 이장단, 박영태 세습무당은 전라도 굿의 병굿 방식으로 여전히 치유하고 있습니다.

병굿의 절차

우리가 알아볼 '병굿'은 2022년 2월 18일 전라남도 담양군 대추나무굿당에서 거행한 굿입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굿은 오후 3시경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약 6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병굿은 전라도 지역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강신무당 문보살이 마련한 것이며 오랫동안 굿 파트너로 관계를 맺은 세습무당 박영태, 이장단 부부팀을 초청해 굿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굿을 의뢰한 이는 32세 여성입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신병을 앓아 내림굿을 통해 신을 받아들였지만 신병이 말끔히 치료되지 않아 병굿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앞서 설명한 산씻김굿 사례와 같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굿을 할 수 있었지만 근래는 굿으로 인한 소음 발생의 이유로 집에서 굿을 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도시 인근의 산자락에 운영되고 있는 영업용 굿당을 빌려 굿을 하고 있습니다. 영업용 굿당은 굿에 사용할 제물과 제수용품 그리고 굿 연행자와 의뢰자들의 식사까지 준비해 줍니다. 본격적으로 병굿의 절차와 진행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병굿도 앞서 1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사의 독경으로 굿을 시작합니다. 병굿에 참여한 법사는 굿을 생성시킨 문보살의 남편입니다. 굿의 전반부는 법사의 독경으로 조왕굿과 성주굿이 연행됩니다. 법사가 왼손으로 두드리고 있는 '양판'이라는 타악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타악기가 아닙니다. 주로 법사들이 독경을 부르기 위해 쇳소리 음색이 강조되도록 개량한 악기입니다. 법사들이 양판을 연주하는 이유는 양판의 쇳소리가 주술적인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법사가 담당한 조왕굿에서는 굿청을 정화시키는 부정경과 부엌(주방)을 관장하는 가택신인 조왕신(화신)을 위해 조왕경이 구송됩니다.

안당

법사의 독경이 끝나면, 그 이후부터는 세습무당 이장단이 굿을 주재합니다. 무당의 노래와 춤을 반주하는 악사는 총 3명입니다. 세습무당이 연행하는 첫 번째 절차는 안당입니다. 안당에서는 집안의 성주신을 비롯한 여러 가택신을 청하여 병굿을 하게 된 연유를 고합니다. 그리고 천지탄생의 내력을 알리는 치국잡이를 부른 뒤 집안의 액과 부정을 막고 재수와 복덕을 비는 축원으로 마무리 합니다. 무당이 굿상 앞에 앉아 4/4박자 '안당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징연주를 하며 치국잡이노래 부르면 무녀 뒤에 앉아 무가 반주를 하는 악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왼쪽 사진의 중앙에서 현악기 아쟁을 연주하고 있는 악사가 무당의 남편 박영태입니다. 그의 오른쪽 옆에서 장구를 연주하는 이가 그의 아들 박상후입니다. 그는 주로 대금을 연주하지만 종종 장구를 맡아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재관 악사는 현재 공립연주단체 연주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장단, 박영태 부부의 굿판에 20년 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가 불고 있는 악기가 피리이며 그의 앞에 세워져 있는 악기가 관악기 태평소입니다.

선부리

안당 절차가 끝나면 무당은 굿상을 향해 일어서서 양손에 지전을 들고 선부리 절차를 거행합니다. 선부리는 조상신을 축원하는 굿입니다. 선부리의 '선'은 '먼저', '이른'이란 뜻이며, '부리'는 조상을 의미합니다. 선부리 절차를 통해 조상신을 굿청에 불러들여 병굿을 하게 된 내력을 알린 뒤, 조상신을 축원합니다. 무당이 선부리에서 부르는 노래는 조상신을 청배할 때 부르는 조상맞이와 선부리를 마무리할 때 부르는 에라만수 2곡입니다. 조상맞이는 신을 청할 때 부르는 노래로 속도를 늦춰 6박자에 맞춰 부르고 에라만수는 조금 빠른 속도로 춤을 병행하며 노래합니다. 무당은 안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절차에서 지전을 들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의식을 거행합니다. 무녀가 손에 들고 있는 지전은 긴 한지를 접어서 돈모양으로 만든 무구이며 무당이 의례를 행할 때 사용합니다.

성주굿과 지앙굿

선부리가 끝난 뒤에는 성주굿, 지앙굿을 이어서 연행합니다. 성주굿은 집안의 최고신인 성주신을 청배해 굿을 하게 내력을 알리고 가족의 길흉화복을 비는 절차입니다. 성주굿이 끝나자마자 쉬지 않고 곧바로 지앙굿으로 넘어갑니다. 지앙굿은 굿을 의뢰한 제가집 자손들의 건강과 행운을 빌기 위한 절차입니다. 지금까지 전라도 세습무당이 연행하는 병굿의 전반부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신병을 앓아 내림굿을 통해 신을 받아들였지만 신병이 말끔히 치료되지 않아 병굿을 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고 독경을 구송하는 법사보다 세습무당이 굿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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